정유정의 주장은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

경찰은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을 2일 검찰로 송치했다.

이날 모자와 마스크를 쓴 상태로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정유정은 취재진이 살인 이유를 묻자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정씨는 범행 대상을 찾기 위해 과외 중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했다. 사용자가 많은 중개 앱에 학부모인 척 위장한 정씨는 부산지역 영어 과외 교사 가운데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결국 금정구에 사는 A씨를 대상으로 정해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을 수사한 금정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결과 피의자는 중개 앱에서 영어 과외 교사를 검색해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몇 차례 취업에 실패했는데, 이 때문에 실제로 영어 과목 등에 과외를 받으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유정은 본인의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정유정 신분탈취가 목적이었나?

사건 경위에 대해 전문가는 피의자의 범행 동기가 살인 자체가 아닌 '타인의 신분 탈취'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영어 등 어학 성적 문제로 취업에 실패했다고 생각한 정씨가 자신의 열등감을 덮기 위해 영어 과외 교사를 살해해 마치 신분을 빼앗은 것처럼 행동하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1일 MBC에 따르면, 정유정은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5년간 별다른 직업 없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정유정은 범행 직전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유정의 할아버지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시험이다. 공무원 필기시험이 있었다. 독서실, 도서관 이런 데 공부하는 과정에 있었다”며 “상상도 안 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손녀를 잘 못 키운 죄로 유족들한테 백배사죄하고 싶고, 내 심정이 그렇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는 "본인 주장대로 살인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범행 은폐를 시도했을 텐데, 그렇다면 시신을 유기하며 신분증을 챙기고 택시를 타거나, 과외 사이트에 공개된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지 않았을 것"이라며 "혼자 사는 (또래) 여성 과외 교사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 등으로 미뤄 영어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는 본인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신원을 빼앗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동창의 증언까지 올라오며 정유정의 학창시절, 고등학교 시절까지 알려지고 있다. 

 

 

연락처도 가지고 있고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는데 그때도 사람들과 못 어울리며 이상했다고 한다. 내성적이고 목소리가 작아서 착한애인줄 알았는데 진짜 충격이라며 고등학교 학기 초반에는 계속 다니면서 얘기도 꽤 했었는데 기묘하다며 말없고 멍하고 사회성 떨어진다고만 생각했지 악한 느낌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놀랐다고 하는 동창은 역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댓글을 남겼다.

 

 

그 외에 친구가 정유정과 동창이었다는데 "옆동네에 같나이라 안그래도 섬칫했는데 동창이었다고 졸사 보여줌 학교 다닐때 존재감없었나봐 다른 친구들이 알려줘서 알았대"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범행 전후 행동이나 배경은 피의자가 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로 보인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특히 범행 시점에서는 이미 살인이나 범행 현장에 대한 일말의 공포심조차 없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인격체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할 때 피해자가 맞게 될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살인 현장에 대한 공포감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범행과 전후 행적을 보면 피의자는 공포심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범행 이후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현장을 떠나 흉기와 가방을 챙긴 뒤 다시 돌아오는 것은 공포심을 가진 사람이 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또 "열등감을 덮기 위해 저지른 일을 '살인이 해보고 싶었다'고 꾸미는 것은 자신을 과시하고 부풀리려는 싸이코패스 범죄자들의 전형적인 행동"이라며 "어린 시절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을 가능성도 보인다. 이런 개인적 요소에 피의자의 고립, 범죄 콘텐츠 노출 등이 더해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유정의 수상한 휴대전화 

또한 정유정의 휴대전화에서도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여느 20대 또래와는 확연히 달랐다. 

손수호 변호사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경찰이 정유정의 휴대전화에서 확인한 뜻밖의 사실을 전했다.

 

 

손 변호사는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 취직 준비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도 없이 쭉 5년간 무직으로 지냈다"라고 했다.

이어 "정유정의 휴대전화 이용 내역을 봤더니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게 사실상 없었다. 사회와 단절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확인한 정유정의 휴대전화에는 20대 또래라면 많이 있어야 할 친구 이름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 정유정은 사회와 철저히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였다.

이를 두고 손 변호사는 "교류가 없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그러다 보니까 사회와 단절돼 자신만의 관심 분야, 범죄물에 빠져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는 수천 번 수만 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고 그 상상을 이번에 어떤 계기에서든 현실에서 실행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도대체 왜 정유정이 살인 충동을 느꼈냐, 그 원인과 배경을 찾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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